2024-1-18
2장을 읽으며 남긴 메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그토록 원하고 있다면, 그 강렬한 허기에 뜯어 먹힐 것 같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세상의 '중심 없음'만을 동력으로 삼아 계속해서 잘못된 길로 틀면서, 내 욕망의 형상이 어디까지 파악 불가능한 형태로 빚어질 수 있는지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기세. 절대 나를 이해하지도 이해받게 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당도한 장소에 나타난 풍경을 보아야만 하는 자의 글쓰기. 불가피함을 향해. 들끓어오르는 열망과 무표정한 슬픔과 폭발할 듯한 생명력. 상상의 구렁텅이에서 황홀과 소진을 오가는 욕망 실험. 끝없이 아래로 질주하는 욕망의 텍스트.
2024-3-15
3월 마지막 주부터 《Y/N》 원고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합니다. 《Y/N》은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는 책이에요. 1부는 베를린, 2부는 한국, 3부는 (저자 에스더 이가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쓴 표현을 빌리자면)'불가능한 장소(an impossible space)'가 소설의 무대입니다.
얼마 전 저자가 이언 커티스(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맨)에 대해 쓴 에세이를 인터넷에서 읽었어요. 그 영향으로 오늘 출근길에 이언 커티스의 기이한 춤을 떠올리며, 《Y/N》은 그의 노래 〈*Heart and Soul〉*에서 시작해 **〈*She’s lost control〉*로 종횡무진 달려가다가 〈*The Eternal〉*로 끝나는 책이다,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공간에만 쓸 수 있을 부적절한 소개인 것 같긴 하지만 이 소설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올 겨울 동안 내내 궁리하며 고안해낸 소개 중 가장 적절한 것 같아서 흐뭇합니다. 이제 이 소개를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의 말들로 바꾸어 풀어 쓰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겠지요. 으하하.
Joy Division - She's Lost Control (Live At Something Else Show) [Remastered] [HD]
2024-5-3

2024-5-19
번역가 리외 님과 함께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정리하며, 무척 즐겁고 재밌어서 절로 신이! 부메랑처럼 돌아온 인터뷰 답변을 읽으며 〈Y/N〉의 장르적 뿌리는 힙합이구나 싶어 간만에 좋아하는 힙합 음악을 듣습니다. 처음엔 인터뷰 가제를 소설 속 음악 교수의 대사에서 딴 “이름 없음, 집 없음, 아무것도 아님의 상태로 낙하하며(*Descending into “namelessness, homelessness, nothingness)”*로 지었는데, 돌아온 인터뷰 답변을 읽으며 새로운 제목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닳은 의견들과 환상들로 뭉쳐져 떠다니는 무(無)의 존재들이다, '어둠 위에 그려진 그림'처럼.” 인터뷰 전반적인 풍에 더 적합한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답변을 읽는 동안 공포에 관한 책 몇 개를 주문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을 누군가가 분명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 사람에게 꼭 도착했음 좋겠다, 온 마음 모아 생각하며 끝나지 않는 마무리를 하러 가봅니다.
2024-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