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ide> 🫀 무더운 밤, C4호에서 블랜딘 왓킨스는 육체에서 빠져나온다. 그녀는 겨우 열여덟 살이지만 거의 평생 이 일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살았다. 고통은 신비주의자들이 약속했듯이 달콤하다. 영혼이 빛으로 찔리는 것 같아, 신비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했고 그 말 역시 옳았다. 신비주의자들은 이 경험을 ‘심장의 황홀경’, ‘천사의 공격’이라고 불렀지만, 블랜딘에게는 어떤 천사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는 오십대 발광체 아저씨는 있다. 그 사람은 그녀에게 달려와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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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우주의 알’은 블랜딘과 조앤의 대화 중 단 한 번 등장합니다.
<aside> 🥚 “믿음이 있으면 증거는 필요하지 않아요.” 조앤이 대답한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힌다. “좋아요, 좋아요. 믿음은 증거의 부재에 입각하죠.” 블랜딘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잇는다. “하지만 난 늘 그건 신이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우주의 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증거를 내주지 않는 거요.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 그렇게 불렀죠. 우주의 알. 하지만 그래요, 우리한테 3000년에 한 번씩 자기 입으로 구세주라고 말하는 사람 한두 명 말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 건 수상할 정도로 쩨쩨하지 않아요?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는 예언자들. 토스트에 나타난 성모마리아. 누군가의 근육위축증 완치. 우리한테 담보 없이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특히 상충되는 이야기가 엄청 많은 데다가 위험부담이 아주 높다면 말이죠. 지옥이냐 천국이냐니까요. 그것도 영원히.” “그렇긴 하죠.” 조앤이 대답한다.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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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의 알’이라는 개념은 블랜딘이 이야기하듯이,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라는 여성 신비주의자가 이야기한 개념이에요. 힐데가르트는 자신이 본 종교적 환영들을 바탕으로 직접 집필한 저서 Scivias에 그 환영과 의미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그중 일부를 발췌하여 번역한 내용입니다.

그다음 나는 광대한 물체를 보았는데, 그것은 둥그렇고 그림자 진 알의 모양으로 생겼고, 가운데가 넓고 밑은 좁았으며, 밖에는 둘레를 따라 거세게 타오르는 불이 감싸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그늘진 영역이 있었다. 그 불 속에는 물체 전체를 비출 만큼 대단한 불꽃이 번쩍이는 구체가 있었다. 때때로 그 구체는 스스로 일어나 많은 불이 구체로 날아들어서 불꽃이 더 오래 지속되었고, 때로는 아래로 가라앉아 큰 추위가 들이닥쳐서 불꽃이 더 빨리 꺼졌다. 그러나 물체를 감싸고 있는 불에서부터 회오리바람이 터져 나왔고, 물체의 아래에 있는 영역에서 또 다른 회오리바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 영역에는 또한 영역 전체를 뒤흔드는 힘을 가진 어두운 불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천둥과 폭풍과 몹시 날카로운 크고 작은 돌들로 가득했고 대단히 공포스러워서 나는 이 불을 쳐다볼 수 없었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이고 일시적인 것들은 보이지 않고 영원한 것들의 현현이다.
모든 것을 당신 뜻대로 만드신 신께서는 모든 것이 당신 이름을 알고 찬미하도록 만드셨고, 그들을 통해 보이고 일시적인 것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고 영원한 것들도 보여주셨다. 이는 당신이 보고 있는 이 환영을 통해 입증된다.
알을 닮은 창공과 그것이 의미하는 것
이 둥그렇고 그림자 진 알의 모양으로 생겼고, 가운데가 넓고 밑은 좁은 광대한 물체는 전지전능한 신, 그 위엄과 신비를 헤아릴 수 없으며 모든 신실한 이의 희망이신 그분을 충실히 보여준다. 인류는 태초에는 사납고 거칠고 단순하게 행동했지만 이후 구약과 신약을 거치며 확장되었고, 마침내 세상의 끝날 때에는 많은 환난에 시달릴 운명에 처해 있다.
힐데가르트는 “그 어떤 것도 동일한 상태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못하며 모든 것은 운동 중에 있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으며,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들은 부정적인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 위한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소멸이라고 여겼어요(이명곤, 《역사 속의 여성 신비가와 존재의 신비》). ‘우주의 알’은 대단히 혼란스럽고 파괴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조적이고 역동적이며 그 안의 생명을 길러내는 세계인 것이지요. 테스 건티가 그려내는 세계, 인디애나주 바카베일과 토끼장 아파트, 온라인 세상과 비슷하지 않나요?
<aside> 🦭 이게 끝이군요, 그렇죠? 나는 죽음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는 바다코끼리가 신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GIF를 보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라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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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enor.com/ko/view/walrus-indeed-yes-yup-absolutely-gif-12076658
너무나 구체적인 묘사에 설마 하고 구글에 검색해보고는 어…? 진짜 있다고…? 직후에 든 생각